지난 11일 한나라당 원희룡 최고위원이 온라인게임 ‘팡야’ 대회가 벌어지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를 찾았다. 원 위원은 11월 열린우리당 김영춘 의원과의 ‘팡야 특별전’을 앞두고 사전 답사 차원에서 이 대회를 1시간 넘게 관람했다.

대기업들이 줄줄이 프로게임구단을 창단하고 정치권도 관심을 보이면서 e스포츠에 대한 논의는 바야흐로 프로야구를 대신할 프로스포츠로서의 발전가능성에 모아지고 있다. 이미 문화관광부는 ‘e스포츠 발전포럼’을 만들어 체계적인 e스포츠 육성계획에 나섰다. e스포츠가 기존 프로스포츠 못지않은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전망과 남은 과제를 짚어본다.

◇3박자 갖췄다=e스포츠 전문가들은 “이제 e스포츠가 산업으로서 자리를 잡는 선순환 구조에 돌입했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대표 e스포츠 종목인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홍보나 마케팅의 기반이 되는 대규모 팬과 스타플레이어, 이를 지원하는 대기업 스폰서 3박자를 두루 갖추고 있다.

임요환·홍진호 등 스타 프로게이머가 팬을 결집시켰고 사람이 모이는 곳에 기업 마케팅 자금이 흘러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KTF·SK텔레콤·팬택&큐리텔 등이 잇따라 안정적인 선수생활을 보장하는 프로게임단을 창단하면서 차세대 스타 플레이어를 키우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했다. 이것이 바로 기존의 프로스포츠산업 구조다.

MBC게임 조정현 팀장은 “현대자동차 등 IT나 게임과 직접 관련없는 대기업들도 스타리그 스폰서십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이는 e스포츠가 젊은이들의 문화코드로 자리잡고 있음을 기업들도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화부 관계자도 “최근에는 정치권에서도 e스포츠가 무엇이냐는 문의를 많이 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e스포츠 메이저 리그 한국에서 가능할까=우리나라에는 세계적인 메이저리그를 가진 스포츠 종목이 없다. 박찬호·박세리·이승엽 등 세계적인 선수가 미국이나 일본에서 활약하는 것이 국가적인 경사처럼 인식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게임채널만 3개가 있고 프로게임단만 6개 있는 e스포츠 분야에서는 국내에서 세계적인 메이저리그가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e스포츠의 메카는 한국임을 전세계에 알리고 있는 월드사이버게임스(WCG)도 전세계 60개국이 참가하는 세계 최대 게임대회로 자리잡고 있다.

메이저리그가 생기면 유수한 세계 선수들이 한국에서 프로활동을 하게 되고 스타플레이어와 양질의 경기가 보장되면서 세계 각국 기업들의 스폰서십 경연장이 될 수도 있다.

온게임넷 황형준 PD는 “e스포츠에 관한 한 경기수준은 물론이고 이를 중계 방송하는 시스템도 우리나라가 상당히 앞서 있다”면서 국내 메이저리그 탄생 전망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김진욱 e스포츠 전문가는 “국내 시장의 협소함은 중국·일본 등 아시아 리그 발족 등으로 해소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 자리잡기와 종목 다변화 절실=국내 e스포츠 관련 단체나 기업들이 따로 움직이고 있는 점은 e스포츠 발전의 최대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방송사 게임리그나 WCG, WEG 같은 국가 간 대항전이 중구난방식으로 열리면서 역량이 분산되고 있는 것.

문화관광부 김정훈 사무관은 “프로야구에는 KBO가 있고 프로축구에는 대한축구협회가 있듯이 e스포츠에도 대회 운영과 각종 절차를 표준화하고 조정해나갈 협회가 있어야 한다”면서 “최근 출범한 한국e스포츠협회가 제 역할을 다하는 데 정책적 우선순위를 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e스포츠가 ‘스타크래프트’라는 한 종목에 편중돼 있는 것도 선결돼야 할 문제 중 하나다. 수년전에 출시된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전세계적으로 인기가 시들해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국산 게임의 e스포츠화를 포함한 종목 다변화는 국내외 e스포츠 저변을 넓히기 위한 또 하나의 과제로 남은 셈이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전자신문(2004.9.13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