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수풀 사이로
영창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녹색의 견장같이 굳고 빛나던 휴가증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휴가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플짤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리플에 눈멀었습니다

휴가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사고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인터뷰는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부대에서 온 전화에 터집니다

그러나 휴가를 쓸데없는
영창의 원천으로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전역을 깨치는 것인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영창의 힘을 옮겨서
새 부대의 말뚝박기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휴가 출발할 때에
복귀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이기는 영창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