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그라나도 에스파다의 신규 업데이트 이후 20%가량 유저가 늘었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획기적이길래?'하고 잠시 들어가 봤습니다. 음 여러가지 인터페이스나 드롭아이템이 바뀐 건 확 눈에 띄더군요.


우선은 채팅에 관한 문제.

개인적으론 그라나도 에스파다 최대의 단점 중 하나는 유저끼리의 대화 창구가 상당히 부족한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 자체가 혼자서도 잘 놀 수 있다보니 대화도 그다지 필요치 않지요.

게임 내에서 활성화 되는 채팅 채널이래봐야 확성기하고 당 채널 밖에 없는데다 상당수의 유저들이 잠수이다 보니 분위기 자체는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늘어난 유저를 잡기 위한 광고나 잡담, 패치에 대해서 논하는 확성기가 제가 그만두기 전보다 부쩍 는 것이 체감되었습니다(에잇 갑부들).  

그래서 한동안 캐릭 킵시켜두고 확성기에 집중을 해 봤는데요. 확성기로 대화하는 게 나름 재밌더군요. 그라나도 에스파다를 해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확성기를 사용하면 화면 상단과 좌측에 쓴 문장이 출력이 되는데 화면 상단에 출력되는 확성기 문구하고 좌측에 출력되는 확성기 문구가 나오는 타이밍이 다릅니다. 화면상단은 천천히 한줄로 자동스크롤이 되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 확성기를 쓰면 문구가 밀려서 한~참 뒤에 나옵니다. 반면에 좌측에 출력되는 문구는 즉시 나오지요. 그렇기 때문에 화면 상단에 출력되는 확성기 문구는 사실상 쓸모가 없어 보였습니다. 거기다 굉장히 불편하죠.

화면 좌측에 바로 출력되는 확성기 문구는 4줄인가 5줄인가 까지 표시가 되고 사라지는데 플레이어는 그 이전의 확성기 문구를 볼 수 없습니다.  이것 또한 불편합니다.

차라리 이 두 곳으로 표시되는 문구를 한 곳으로 합치고 유저가 임의로 스크롤을 할 수 있게끔 하는 편이 훨씬 더 의사소통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두번째로

신규 및 휴면 유저의 대거 복귀는 대단히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복귀한 유저들을 붙잡을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해 보였습니다. 캐릭터 카드 입수방법의 완화나 정착 지원 아이템, 개척민 세트 등등은 휴면 유저들이 다시 게임에 복귀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론 이런 조치 외에 좀 더 근본적으로 붙잡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MMORPG에서 나름 훼인짓..을 해 본 경험상으로는 신규 유저가 MMORPG 내의 유저 커뮤니티에 합류하려면 대체적으로 빠르면 3개월, 길면 반년 가량이 걸립니다. 이 기간은 보통 소위 국민렙을 찍거나 만렙을 찍는데 필요한 시간으로 신규 유저가 기존 유저와 얼추 비슷한 게임 내 환경에 도달하게 되는 상태입니다. 신규 유저가 그 정도 경지에 도다르기 전까지는 기존 유저는 신규 유저를 게임 내부에서 거의 필요로 하지 않지요.

반면 신규 유저는 아무리 좋은 아이템을 지원받았고 아이템의 입수가 쉬워졌다 하더라도 기존 유저 반열에 합류하기 전까지는 고립 상태가 됩니다. 사교성이 풍부하거나 혹은 운이 좋은 신규 유저라면 금새 사람을 사귀어 나가겠지만 말이죠. 이렇게 고립 상태에 놓인 신규 유저는 좋은 아이템을 지원받았어도 고립 상태에서 혼자서 헤쳐나가기엔 금새 벽에 부딛히게 됩니다. 의욕을 가지던 상당수의 신규 유저들이 플레이 시작 2주~4주 쯤을 한계로 그만두게 되는데요. 뭐 기존 유저들은 '이정도 레벨은 찍고 싸라' 라고 하면서 그런 신규 유저들을 징징이 취급 하지만 징징이건 아니건 상당수의 신규 유저들이 이 과정에서 이탈을 하게 됩니다.

과거 2000년대 초반이라면 단순히 게임이 재미있다! 정도로 어느정도 해결이 될 문제였겠지만 MMORPG끼리의 경쟁이 심화되고, MMORPG에 익숙해질 만큼 익숙해진 유저들을 대상으로 하자면 좀 더 심화되고 적극적인 방법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리뉴얼한 그라나도 에스파다에서도 그런 신규 유저층을 흡수할만한 장치가 그다지 많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런 점에 있어서는 조금 더 보완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꼭 그라나도 에스파다의 문제 뿐 아니라 다른 MMORPG에서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저는 생각하는데 이렇다 할만한 해결책이 제시된 곳을 아직 볼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