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에 바보가 아닌 이상 대놓고 표절할 바보가 어디 있겠습니까.

물론 트렌드가 되고 있는 곡을 스타일 카피 하는 경우는 매우 흔하겠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에는 표절을 할 이유가 없죠. 아니면 안 걸릴 만큼 하던가.


제 생각입니다만, 이건 분명히 의도치 않게 유사한 멜로디가 들어간 경우가

아닐까 합니다. 작곡자는 아마 곡 중 '외톨이야, 외톨이야 따리다리다라뚜'

이 4마디를 무의식 중에 생각해 내서 멜로디를 찍고 거기에 코드를 달고나서

그 4마디를 바탕으로 해 곡 전체를 만들어 냈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그 4마디를 생각해 내는 과정이 오래전 과거에 들은 어떤 멜로디에서

유추된 것인지(파랑새) 혹은 완전히 새로운 멜로디를 만들어 낸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절대 의도적이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물론 내생각)


실제로 이런 경우는 많습니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나, 음악에 관심이 있거나

혹은 관심이 없더라도. 다들 가끔 문뜩 머리 속에 좋은 멜로디가 떠올라서 불러

보다보면 알고보니 이미 있는 어떤 곡의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있었던 경우가

있으실 겁니다. (없으면 말고) 그걸 깨달으면 그 멜로디는 그냥 생각으로 끝나지만

깨닫지 못하면 하나의 곡으로 탄생 할 수 있는 거죠. 하지만 곡 전체가 다른 곡의

멜로디 전체를 가지는 경우는 없다고 봐야 합니다. 그렇다면 스스로도, 혹은 다른

사람에 의해서도 쉽게 그것이 의도치는 않았지만 표절곡임을 알게 되니까요.


다만, 많은 경우. 어떤 곡의 단 4마디, 혹은 8마디의 짧은 부분만을 떠올리게 되

아주 짧은 부분만 어떤 곡의 일부를 의도치 않게 표절하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자신의 머리 속에 강렬하게 남은 그 4마디가 흘러나오게 되고, 나머지 부분들은

자신이 새롭게 창작한 부분들로 메꿔져서 반표절, 반창작의 곡이 나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이것이 표절인지 아닌지 스스로도 판단하기 힘들게 됩니다.


또한 곡을 다 만들고 나서 스스로 '아, 이 4마디는 다른 곡과 많이 유사하구나'하는

걸 깨닫게 된다 하더라도, 자신이 창작한 나머지 부분들 때문에 쉽게 표절을 인정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처음에 만든 그 유사한 4마디를 바꾸는 경우도 봤습니다.)

결국 열심히 만든 곡이 쓰레기가 되어 버리는 거죠. 단지 그 4마디 때문에.



아무래도 외톨이야의 작곡자는 이런 상황이 아닐까 합니다.

의도치 않은 작은 부분적 모방. 하지만, 창작이 아니라고도 할 수 없는 상황.




덧붙여 지드래곤 역시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오아시스의 She's electric(스펠링이 맞습니까?)를 표절한 것으로 의심 받던 곡을

잘 들어보면, 오아시스의 곡 중 단 4마디의 반주가 모방되 있고 그 4마디를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반복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곡 뿐만 아니라, 지드래곤의 앨범

전곡이 대부분 단지 4마디의 코드와 비트를 반복하고 약간의 비트 변화만 있을 뿐

입니다. 다시 말해, 순간 삘 받아서 머리 속에 떠오른 4마디를 반복해 놓고 거기에

랩을 하거나 멜로디를 붙여서 노래를 만들었는데 알고 보니 그 4마디가 다른 곡의

모방일 가능성은 충분 하다는 거죠.


플로라이다의 곡을 표절했다고 질타 받던 하트브레이커 역시 마찬가지로 의도적인

표절이라기 보단, 그 곡이 가진 특유의 랩 플로우를 무의식 중에 사용한 걸로 보이며,

모르긴 몰라도, 지드래곤의 소년이여 같은 곡도 어떻게 털어보면 매우 흡사한 곡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요점은, 지드래곤의 절대 의도적으로 표절했을 거라고는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표절은 이토록, 의도치 않게 행해질 수 있다는 걸 말하고 싶습니다.



저 역시 음악에 관심이 많아 어느날 우연히 머리 속에서 떠오른 단 8마디의 멜로디를

어설프게나마 계이름으로 표현했고, 아무 이론적 지식도 없이 그 8마디의 멜로디에

코드를 붙였으며 용하게도 그 8마디를 바탕으로 곡 전체를 만들어 낸 적이 있습니다.

제가 듣기에도 썩 나쁘지 않은 곡이었고, 다른 사람들이 듣기에도 괜찮은 곡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처음에 떠올린 그 8마디가 다른 유명한 곡과 일부 유사성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고, 거기에 붙인 코드도 굉장히 많이 쓰이는 평범한 코드 진행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표절곡이라고 버리기엔 제가 창작해낸 다른 모든 부분들이

아쉬워서 쉽게 표절임을 인정하지 못했습니다. 괴로웠죠.


하지만 시간이 더 흐른 후, 그것이 표절이라고 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코드진행을 가진 노래는 전세계적으로 널리고 널렸기 때문에 단지 그 코드진행

때문에 표절이라 생각하는 건 마치 결벽증과 같다는 걸 알게 되었죠. 게다가 멜로디

역시 비록 일부 유사한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표절이라 볼 수는 없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러기엔 이 세상에 그것보다 너무나 같은 노래가 많으니까.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곡을 사람들에게 들려주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비록 제 기준으로

표절이 아니라 하더라도, 일부 유사성이 있음을 알게 되면 사람들은 질타부터 할테니까요.



만약 제 생각대로라면, 즉

"외톨이야의 작곡자가 의도치 않게 부분적 모방을 하였고,

곡이 완성되고 발표되고 난 다음에 그것이 다른 어떤 곡과의

유사성을 가진 것을 뒤늦게 인지한 것이라면"


과연 몇이나 되는 사람들이 그와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 역시 제가 만든 그 곡을 발표했다면 똑같은 상황을 당했을 것이고, 똑같은 반응을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다행인 건, 전 아마추어이고, 그는 프로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프로라고 해서 위와 같은 의도치 않은 부분적 모방을 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 사람을 지지하거나 동정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의 상황이 이해가 갑니다.

저 역시 충분히 이 사람과 같은 일을 당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저 뿐만 아니라 모두.





* 이 글은 이 분이 절대 의도적으로 표절한 것이 아님을 전제로 합니다. 물론 제 생각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