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사람들이 트롯을 들으면 죄다 똑같이 들려서

표절로 오인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트롯풍의 느낌이 생소해 그것이 주는 느낌이 강렬하게

느껴져 뇌리에 남고, 그것과 비슷한 느낌을 가진 곡을

들으면 다들 비슷하게 느껴진다는 겁니다.


그에 반해 우리처럼 오래전부터 트롯풍의 노래를 들어

온 사람들은 그런 노래들이 모두 트롯풍의 노래인 것은

느낄 수 있지만, 그것들이 표절이라곤 생각하지 않죠.


반대로 때때로 보면 우리나라에선 흔치 않는 장르나

분위기를 듣게 되면 그것을 표절이라고 생각하거나,

혹은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뭐, 예를 들자면 널리고 널린 브릿팝 같은 경우, 왜이리

전부 그게 그거 같냐고, 표절 아니냐고 하는 사람도 있죠.


그래서 그런 국내 대중음악에 흔치 않는 분위기의 노래가

가끔씩 전혀 표절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외국곡의 표절로

오인 받는 경우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혹, 그 곡이 표절이라고 주장하지 않더라도, 그 아티스트의

전체적인 곡 분위기가 특정 외국 밴드와 흡사해 모방가수로

오인 받는 경우가 있기도 하네요.


그럴 땐 조금 안타깝습니다. 조금 웃긴 상황일 수도 있는데.

여기나 저기나 다 있는 평범한 장르를 하면 평범하다고 까이고,

나름 희소한 장르를 하면 그 희소한 장르를 하는 다른 아티스트를

모방 했다고 까이고, 그렇다고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데에

집착하다간 새롭지만 쓰잘데기 없이 이상한 걸 만들어 내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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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이 든 이유가.

갤러리란에 안녕바다 보고 라디오헤드 - 넬이 떠올라서 그럽니다.

물론 지금 안녕바다를 보고 넬짭이라고 하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충분히 그런 사람들이 나올 법도 한 게. 넬 역시 라디오헤드 짭이란

소리를 꽤 들었지 않습니까. 결코 표절을 한 것도 아니고 의도적인

스타일 카피를 한 것도 아닌데, 단지 그들의 몽환적인 사운드 때문에.

넬이 지금 이 위치까지 인디에서 올라왔기 때문에 자신의 자리를

유지하고 그만큼 명성도 얻어 더이상 라헤짭 소리를 듣진 않지만

만약 넬이 그냥 씨엔블루처럼 대중기획사 소속에 공중파 데뷔를

했다면, 라디오헤드 짭 소리만 듣다가 끝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