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 일요일. 오랜만에 본가에 갔습니다.

회사 근처 거처에서 기거하다 일요일은 매주 본가엘 가고 있지만, 저번 주에 가지를 못해서

이번엔 조금 더 피곤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서둘렀는지도 모르겠군요.

집에서 마음놓고 꺼내서 차려먹는 밥을 생각하면서 말이죠. 얼마나 좋습니까.

그렇게 집으로 걸어가 현관문을 열고, 인사를 드리고, 메고 온 가방을 내려놓고 대구의 더운 날씨를 불평하며 책상 위에 휴대폰을 얹어놓았을 무렵.

저는 뭔가 검고 어두운, 그러면서도 찐득찐득한 액을 흘리며 책상에 눌어붙은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네. 처음엔 그것을 바라볼 수 없었죠. 그것을 바라만 봐도 제 자신이 업화의 도가니로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것이었습니다.

저는 반사적으로 진정제를 찾았습니다.

다행히 냉장고에 저를 위해 어머님께서 오렌지 주스를 사다놓으셨습니다. 냉장고에서 기다리고 있던 오렌지 주스는 제게 짜릿함을 안겨다 주었지요. 좋았습니다. 두 잔쯤 마시고 나자 기분이 좀 나아졌습니다.

주스를 넣고 냉장고를 닫은 저는 심호흡과 함께 다시 제 방으로 걸어갔습니다. 이제는 겨우 그 물체를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스가 몸을 식혀주고 있었으니까요.


저는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그 어쩐지 역한 사각의 물체를 집어들었죠. 이때의 제 기분을 설명하자면 마치 찌는 여름날, 검게 썩어 흐르는 하수구 물속에 빠진 자동차 키를, 지금 당장 맨손으로 휘저어 찾아내야 하는 기분이라고 하면 어느정도 비슷할 겁니다. 거기에 빠진 담배꽁초나, 가래덩어리 같은 것을 피해서 말이죠.

굉장히 기분이 나쁜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이것을 읽고 있는 여러분들의 표정도 좋지 않겠지요.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그것은 이미 제 것인 것을. 저는 그것에 적인 글자를 천천히 읽어내려갔습니다.







야비군이 마지막주에 하루짜리랑 3일짜리가 3일 간격으로 잡혀있네요.

망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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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던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