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연기군에 사는 일흔다섯 살의 할아버지는 1999년 부인과 딸 명의로 된 임대 아파트에 들어갔다. 할아버지는 대소변조차 가리지 못하는 부인을 간호하느라 자리를 뜰 수 없었고, 딸 역시 먼거리에서 서류를 떼러 다니기가 불편해 자기 이름으로 임대 계약하고 아버지가 살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임대 아파트의 계약자와 실 거주자가 다른 것은 위법이므로 주택공사는 퇴거 명령을 내렸다. 결국 사건은 소송에 들어갔고 원심에서 주택공사가 승소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대전고법 박철 판사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75세 노인이 계약 체결 과정에서 있었던 작은 실수 때문에 살아온 주거 공간에서 계속 살지 못한다는 것은 균형을 잃은 것으로, 법 절차를 몰라 딸 명의로 임대주택을 얻어 살아온 노인에게 우선 분양권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판결문에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칠십 노인을 집에서 쫓아내 달라고 요구하는 원고 소상에서는 찬바람이 일고, 엄동설한에 길가에 나앉을 노인을 상상하는 이들 눈가에는 물기가 맺힌다. 우리 모두 차가운 머리만을 가진 사회보다 따뜻한 가슴을 함께 가진 사회에서 살기 원하기 때문에 법 해석과 집행도 차가운 머리만이 아닌 따뜻한 가슴도 함께 갖고 해야 한다고 믿는다."

한편의 수필을 읽는 듯한 이 판결문은 딱딱하고 어려운 판결문만을 생각한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으로 주었다.




하지만 반전.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1/22/200701220001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