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전(美生傳)
                                   앨리스

미생은 위니골(委泥洞)에 살았다. 곧장 방문에 닿으면, 탁자위에 오래된 펜2-350MHz가 서 있고, 모니터를 향하여 케이스가 열렸는데, 20기가 하드는 다운로드하는 게임을 다 캿슈변환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미생은 미연시만 좋아하고, 그의 동생이 라면을 끓여서 입에 면식을 했다.

하루는 그 동생이 몹시 배가 고파서 울음 섞인 소리로 말했다.

"형님은 평생 연애(戀愛)를 하지 않으니, 순애물은 해서 무엇 합니까?"

미생이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아직 비쥬얼 노벨류도 익숙히 하지 못하였소."

"그럼 오마케 파일 조작 일이라도 못 하시나요?"

"16진수 변환은 본래 배우지 않았는 걸 어떻게 하겠소?"

"그럼 팝폴더에 업로드는 못 하시나요?"

"업로드는 밑천이 없는 걸 어떻게 하겠소?"

동생은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밤낮으로 게임만 하더니 기껏 '오니상, 다이스키' 소리만 배웠단 말씀이오? 오마케 파일도 못 만든다. 업로드도 못 한다면, 서버라도 못 돌리나요?"

미생은 하던 미연시를 퀵세이브하고 윈도우를 대기시켜놓고서,

"아깝다. 내가 당초 2003년 발매작을 다 하기로 기약했는데, 인제 대번장을 시작했는 걸..."

하고 휙 집 밖으로 나가 버렸다.

미생은 구루에 서로 알 만한 사람이 없었다. 바로 온천장(ONSEC.CO.KR)으로 나가서 방명록의 미연시폐인을 붙들고 물었다.

"누가 한국에서 미연시 마스터요?"

바스티안씨를 말해 주는 이가 있어서, 미생이 곧 나데넷을 찾아갔다. 미생은 바스티안씨를 대하여 길게 리플을 달고 말했다.

"내가 하드가 작아서 무얼 좀 해 보려고 하니, 만 장(張)을 뀌어 주시기 바랍니다."

바스티안씨는

"그러시오."

하고 당장 미연시 만 장을 내주었다. 미생은 감사하다는 인사도 없이 가 버렸다. 나데넷의 회원들과 게스트들이 미생의 아이콘을 보니 조잡했다. 주변엔 검은 실선으로 테두리도 안 하고, 화질나쁜 GIF에, 사이즈도 너무 작았다. 미생이 로그아웃하자, 모두들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저이를 아시나요?"

"모르지."
"아니, 이제 하루 밤만에, 평생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폐인에게 미연시를 만장이나 그냥 백업해 주고도 아이디와 이멜도 묻지 않으시다니, 대체 무슨 영문인가요?"

바스티안씨가 말하는 것이었다.

"이건 회원들이 알 바 아니다. 대체로 구루에서 남에게 다운을 받으러 오는 사람은 으레 자기 리스트를 대단히 선전하고, 신용을 자랑하면서도 비굴한 빛이 쪽지에 나타나고, 채팅도 중언부언하게 마련이다. 근데 저 게스트는 전콘은 허술하지만, 리플이 간단하고, 하오체를 쓰며, 다운족임을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없는 것으로 보아, 오마케가 없이도 CG100% 달성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해 보겠다는 일이 작은 일이 아닐 것이매, 나 또한 그를 시험해보려는 것이다. 복사 안 하면 모르되, 이왕 미연시를 만 장이나 백업해주는 바에 아이디는 물어 무엇을 하겠느냐?"

미생은 백업시디 만 장을 입수하자, 다시 자기 홈피엔 들르지도 않고, 바로 구루에 로그인했다. 구루구루는 미연시 폐인들이 마주치는 곳이요, 미연시-아니메-게임의 세가지가 모이는 길목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능욕물이며 순애물, 비쥬얼 노벨류, 일루젼의 3D 시리즈며 카넬리안 원화, TONY상 원화, 학원물 OL물등속의 게임을 모조리 두 배의 게임을 주고 다운로드 해버렸다. 미생이 미연시를 몽땅 쓸어버렸기 때문에 리스트 TXT파일이 100KB를 넘을 지경에 이르렀다. 얼마 안 가서, 미생에게 두 배의 양으로 업을 받고 공유해주었던 구루폐인들은 도리어 열 배의 미연시를 주고 각종 레어물들을 다운받게 되었다. 미생은 길게 한 숨을 내쉬었다.

"미연시 만 장으로 온갖 쟝르의 미연시를 다 구했으니, 우리 나라의 형편을 알 만하구나."

그는 다시 플레이스테이션, 세가새턴, 드림캐스트 따위를 가지고 코스프레숖에 가서 코스프레용 물품들을 죄다 사들이면서 말했다.

"몇 해 지나면 나라 안의 사람들이 미연시주제의 코스프레를 하지 못 할 것이다."

미생이 이렇게 말하고 얼마 안 가서 과연 미연시 코스프레이어 숫자가 1/10로 줄어들었다.  

미생은 대학생 미연시폐인을 만나 말을 물었다.

"외국 서버중에 혹시 미연시 사이트를 열 만한 무료 호스팅이 없던가?"

"있습지요. 언젠가 미국 야후를 만나 링크를 타고 줄곧 4시간동안 서핑을 하다가 어떤 무료 웹호스팅을 찾았지요. 아마 지오시티와 X-Y넷 계정의 중간쯤 될 겁니다. 링크 주소는 제멋대로 가능하며 퓨리 게시판은 저절로 완성되있고, 다운족이 떼지어 다운을 하며, 게시판이 폭주해도 다운이 되지 않습니다."

그는 대단히 기뻐하며,

"자네가 만약 나에게 URL을 가르쳐준다면 함께 부귀를 누릴 걸세."

라고 말하니, 대학생 폐인이 그러기로 승낙을 했다.

드디어 링크를 타고 따라가서 그 웹호스팅 서비스를 찾았다. 미생은 이용약관을 둘러보고 실망하여 말했다.

"계정이 50메가도 안 되니 무엇을 해 보겠는가? 단지 트래픽이 충분하고 속도가 빠르니, 단지 자료실 게시판은 될 수 있겠구나."

"텅 빈 웹사이트에 메뉴라곤 하나도 없는데, 대체 누구와 더불어 리플놀이를 한 단 말씀이오?:

대학생폐인의 말이었다.

"자료가 있으면 다운족이 절로 모인다네. 신작이 없을까 두렵지, 회원수가 부족함을 근심할 것이 있겠나?"

이 때, 와타넷, 드림하트등에 수천의 다운족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각 서버에서 불법자료단속을 벌였으나 좀처럼 불법공유를 적발하지 못했다. 다운족들도 감히 미연시 요청을 못해서 심심하고 곤란한 판이었다. 미생이 다운족들의 게시판을 찾아가서 우두머리를 달래었다.

"천 명이 천 장을 빼앗아 와서 나누면 하나 앞에 몇 장씩 돌아가지요?"

"일인당 한 장이지요."

"모두 한 장짜리오?"

"아니오."

"특전 시디는 있소?"

다운족들이 어이없어 웃었다.

"용돈이 넉넉하고 알바를 뛰는 놈이 무엇 때문에 괴롭게 위니를 키고 기다리겠소?"

"정말 그렇다면, 왜 알바를 뛰고, 통판 사이트를 찾아서 미연시 정품을 구입하려 하지 않는가? 그럼 다운족 소리도 안 듣고 즐기면서, 집에는 특전 시디가 있을 것이요, 신작 요청을 해도, 짤릴까 걱정없이 서로 업로드를 할 수 있을텐데."

"아니, 왜 바라지 않겠소? 다만 시간이 없어 알바를  할 뿐이지요."

미생은 웃으면서 말했다.

"팝질을 하면서 어찌 시간걱정을 할까? 내가 능히 당신들을 위해서 마련한 일 있소. 내일 팝폴더 클럽 나와 보오. 공개 폴더에 담긴 것이 모두 미연시 게임들을 실은 하위폴더니, 마음대로 가져가시구려."

미생이 다운족과 언약하고 내려가자, 다운족들은 모두 그를 정신나간 놈이라고 비웃었다.

이튿날, 다운족들이 팝폴더에 가봤더니, 과연 미생이 수십만포인트의 별포인트를 싣고 업로드를 한 것이었다. 모두들 대경해서 허생앞에 줄이어 쪽지를 보냈다.

"오직 운영자의 명령을 따르겠소이다."

이에, 다운족들이 다투어 다운을 받았으나, 한 사람이 100Kb/sec이상의 속도를 내지 못했다.

"너희들, 전송속도가 한 껏 100Kb/sec도 못 되면서 무슨 다운로드를 하겠느냐? 인제 너희들이 업로더(Uploader)가 되려고 해도, 이름이 차단 리스트에 올랐으니, 접속할 곳이 없다. 내가 여기서 너희들을 기다릴 것이니, 한 사람이 미연시 한 개씩 가지고 가서 만화책 스캔본 한 권이랑, 미연시 게임 OST의 MP3파일을 하나씩 가지고 오너라."

미생의 말에 다운족들은 모두 좋다고 흩어져갔다.

미생은 몸소 2천명이 하루에 접속할 트래픽을 준비하고 기다렸다. 다운족들이 빠짐없이 모두 돌아왔다. 드디어 다들 업로드를 하고 그 빈 웹사이트로 접속했다. 미생이 다운족들을 몽땅 쓸어 가서 구루 안에 얌체족들이 없었다.

그들은 퓨리 BBS를 가지고 방명록을 만들고, 게시판용 스킨을 다운받았다. 속도가 빨랐기 때문에 업로드가 잘 되서, 쟝르별 게시판마다 게임을 업로드하고 아이디를 적어 놓았다. 최신작들을 팝이나 디팝등에 비축해 놓고, 나머지를 공시디에 구워서 대만에 가져가서 팔았다. 대만이라는 곳은 불법복제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짱께들의 나라이다. 그 지방은 한참 미연시 붐이 들어서 판매하고 한화 100만원을 얻게 되었다.

미생이 탄식하면서,

"이제 나의 조그만 서버비가 마련되었구나."

하고, 이제 남녀 다운족 이천 명을 모아 놓고 공지를 띄웠다.

"내가 처음에 너희들과 이 사이트를 열었을 땐 먼저 순애물을 업한 뒤에 따로 귀축물 게시판을 만들고 BL물을 새로 추가해주려 하였느니라. 그런데 계정이 작으니, 나는 이제 여기를 떠나련다. 다만, 미연시를 클리어하걸랑 세이브 파일을 보관하고, 하루라도 늦게 게임을 한 사람이 참고할 수 있도록 리뷰라도 올리도록 하여라."

다른 링크들을 모조리 지우면서,

"가지 않으면 오는 이도 없으렷다."

하고 오마케 파일 수천개를 지우면서,

"게임을 퍼펙트공략하면 또 올리는 사람이 있겠지. 네타바레는 우리나라에도 용납할 곳이 없거늘, 하물려 오마케 파일뿐이랴!"

했다. 그리고 세이브파일의 개조를 할 줄 아는 자들을 골라 모조리 아이피 어드레스를 차단하면서,

"이 게시판에 오마케 요청을 없애야 되지."

했다.

미생은 나라 안을 두루 돌아다니며 가난하고 신작이 없는 자들을 구제했다. 그러고도 초회한정판들이 수백여개 남았다.

"이건 바스티안씨에게 선물할 것이다."

미생이 가서 나데나데넷에 로긴해서

"내 전콘을 알아보시겠소?"

하고 묻자, 바스티안씨는 놀라 말했다.

"그대의 혈색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으니, 혹시 날밤을 새면서 다운만 한 것 아니오?"

미생이 웃으며,

"다운에 의해서 하드가 차는 것은 당신들 말이오. 시디 만 장이 어찌 DVD 라이터를 당해내겠소?"

하고, 2004년 3월 신작을 바스티안에게 내놓았다.

"내가 하루 아침의 면식을 견디지 못하고 대번장 전캐릭터 공략을 중도에 폐하고 말았으니, 당신에게 미연시 1만장을 빌렸던 것이 부끄럽소."

바스티안씨는 대경해서 리플을 달며 사양하고, 오직 초회한정판만 받겠노라 했다. 미생이 잔뜩 역정을 내며.

"당신은 나를 용팔이로 아는가?"

하고는 쪽지를 뿌리치고 로그아웃 해버렸다.

바스티안씨는 가만히 그의 아이피를 역추적했다. 미생이 위니동으로 가서 로그인 하는 것이 멀리서 보였다. 한 동인녀가 동인지를 올리는 것을 보고 바스티안씨가 귓속말을 걸었다.

"저 아이디가 누구의 아이디오?"

"미생의 댁입지요. 가난한 형편에 미연시만 좋아하더니 하루 아침에 홈피를 닫고 5년이 지나도록 업데이트를 하지 않으시고, 시방 동생이 혼자 사는데, 집을 나간 날로 입대한 걸로 생각하고 100일 휴가를 기다리지요."

바스티안씨는 비로서 그의 성이 미씨라는 것을 알고, 탄식하며 돌아갔다.

이튿날, 바스티안씨는 받은 초회한정판을 가지고 그 집을 찾아가서 돌려주려 했으나, 미생은 받지 않고 거절하였다.

"내가 콜렉터가 되고 싶었다면, 백업시디 수만장을 버리고 초회한정판만을 모으겠소? 이제부터는 당신의 도움으로 살아가겠소. 당신은 가끔 나를 와서 보고 신작이 떨어지지 않게 파일클럽에 업로드를 해주시오. 일생을 그러면 족하지요. 왜 콜렉션때문에 하드를 괴롭히시오?"

바스티안씨는 미생을 여러 가지로 권유하였으나, 끝끝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바스티안씨는 그 때부터 미생의 디스크팝에 신작이나 OST가 공유기간이 만료될 때쯤 되면 몸소 로그인해서 재업해주었다. 미생은 그것을 흔연히 받아들였으나, 혹 많이 업로드하면 좋지 않은 기색으로,

"나에게 플레이할 미연시를 자꾸 늘리면 어찌하오?"

하였고, 혹 연애 시뮬레이션 만들기를 들고 찾아가면, 아주 즐거워하며 서로 캐릭터를 디자인해서 간단한 비쥬얼 노벨을 만들곤 하였다.

이렇게 몇 해를 지나는 동안에 두 사람 사이의 정의가 날로 두터워 갔다. 어느 날, 바스티안씨가 5년 동안에 어떻게 백만장이나 되는 백업시디를 모았던가를 조용히 물어 보았다. 미생이 대답하기를,

"그야 가장 알기 쉬운 일이지요. 조선이라는 나라는 고속 인터넷이 집집마다 깔리고, 스캔본이 여기저기 구하기 쉬워서, 온갖 게임과 만화를 구하기가 쉽지요. 무릇, 쳔 장은 적은 양이라 한 가지 쟝르를 독점할 수 없지만, 그것을 열로 쪼개면 백장이 열이라, 또한 열가지 쟝르를 모을 수 있겠지요. 장수가 작으면 메뉴얼 제작도 쉬운 까닭에, 한 게임에서 실망을 해도, 다른 아홉가지 쟝르의 게임에서 재미를 볼 수 있으니. 이것은 보통 즐거움(樂)을 취하는 방법으로 조그만 미연시매니아가 하는 짓 아니오? 대개 만 장을 모으면 족히 한 가지 물종을 독점할 수 있기 때문에, 제작사라면 제작사 전부, 원화가라면 원화가 전부, 심지어 성우(CV)라면 출연작 전부, 마치 겟츄에서 검색하듯 전부 찾아낼 수 있지요. 순애계에서 한 가지를 슬그머니 독점하고, 귀축계에서 슬그머니 한 가지를 독점하면, 한 가지 쟝르가 한 공유아이디에 묶여 있는 동나 모든 다운족들이 폴더공유를 할 것인데, 이는 업로더를 해치는 길이 될 것입니다. 후세에 미연시 매니아들이 만약 나의 이 방법을 쓴다면 반드시 구루를 단속하게 만들 것이오."

"처음에 내가 선뜻 만 장을 구워줄 줄 알고 찾아와 청하셨습니까?"

미생은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다.

"당신만이 내게 꼭 구워줄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능히 콜렉터라는 사람치고는 누구나 다 주었을 것이오. 내 스스로 나의 재주가 족히 100기가를 모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다운은 통신회사에 매인 것이니, 낸들 서비스를 어찌 알겠소? 그러므로 능히 나의 말을 들어 주는 사람은 복 있는 사람이라, 반드시 더욱더 큰 콜렉션을 가지게 되는 것은 하늘이 시키는 일일 텐데 어찌 주지 않았겠소? 이미 만 장을 빌린 다름에는 그의 소장량에 의지해서 일을 한 까닭으로, 하는 일마다 곧 성공했던 것이고, 만약 내가 사사로이 했었다면 성패는 알 수 없었겠지요."

바스티안씨가 이번에는 딴 이야기를 꺼냈다.

"방금 매니아들이 드림하트(DreamHeart)에서 연시만2로 공개 게임제작 콘테스트를 여니, 지금이야말로 지혜로운 미연시 플레이어가 팔뚝을 뽐내고 일어설 때가 아니겠소? 선생의 그 경험으로 어찌 괴롭게 파묻혀 지내려 하십니까?"

"어허, 자고로 묻혀 지낸 사람이 한둘이었겠소? 우선, SDS4404같은 분은 앨리스 소프트사의 게임의 메뉴얼을 쓸 만한 인물이었건만 대악사 메뉴얼 하나만 썼소. 나는 능욕물을 잘 하는 사람이라, 내가 플레이한 세이브가 족히 100% CG달성을 할 만하였으되, 휴지통에 던져 버리고 비운 것은, 도대체 다시 인스톨할 곳이 없기 때문이지요."

바스티안씨는 한숨만 내쉬고 돌아갔다.

바스티안씨는 본래 생물체 선생과 잘 아는 사이였다. 생물체 선생이 당시 호이호이상 번역을 하면서 바스티안씨에게 진월담 월희나 마리미테 동인지를 번역할만한 인재가 없는가를 물었다. 바스티안씨가 미생의 이야기를 하였더니, 생물체 선생이 깜짝 놀라면서,

"기이하다. 그게 정말인가? 그의 아이디가 무엇이라 하던가?"

하고 묻는 것이었다.

"소햏이 그분과 상종해서 3년이 지나도록 여태껏 MSN 주소도 모르옵니다."

"그인 오타쿠(お宅)야. 자네와 같이 가 보세."

밤에 생물체 선생은 스팸메일도 다 물리치고 바스티안씨만을 데리고 미생을 찾아갔다. 바스티안씨는 생물체 선생을 회원가입하게 하고 혼자 먼저 로그인해서, 미생을 보고 생물체 선생이 몸소 찾아온 연유를 이야기했다. 미생은 못 들은 체 하고,

"당신 가지고 온 일격살충 호이호이상이나 이리 내놓으시오."

했다. 그리하여 즐겁게 망가를 읽는 것이었다. 바스티안씨는 생물체선생이 전콘 등록에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는 것이 민망해서 자주 보챘으나, 미생은 대꾸도 않다가 야심해서 비로서 전콘을 등록해주는 것이었다.

생물체 선생이 방명록에 들어와도 미생은 환영 리플도 안 달았다. 생물체 선생은 리플달 곳을 몰라하며 나라에서 오타쿠를 구하는 뜻을 설명하자, 미생은 손을 저으며 막았다.

"밤은 짧은데 쪽지가 길어서 귀차니즘의 압박이 심하다. 너는 지금 무슨 작업중이냐?"

"이런 저런 동인지등을 번역중이오."

"그렇다면 너는 일본어 1급이겠군. 내가 TONY상같은 원화가를 천거하겠으니, 네가 게임 제작사에 아뢰어 원화작업을 맡기게 할 수 있겠느냐?"

생물체 선생은 고개를 숙이고 한참 생각하더니,

"요즘 취업난이 심각합니다. 제이의 계책을 듣고자 하옵니다."

했다.

"나는 원래 '제이'라는 것은 모른다."

하고 미생은 외면하다가, 생물체 선생의 간청을 못 이겨 말을 이었다.

"Elf사의 게임들이 옛 인기작들이 있다고 하여, 그 리메이크판들이 만들어져서 정처없이 떠돌고 있으니, 너는 적절한 유통사를 대어 그들 모두를 정발하고 적당한 값으로 패키지를 만들어 유저들에게 강매할 수 있겠느냐?"

생물체 선생은 또 머리를 숙이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했다.

"이것도 어렵다, 저것도 어렵다 하면 도대체 무슨 작업을 하겠느냐? 가장 쉬운 일이 있는데, 네가 능히 할 수 있겠느냐?"

"말씀을 듣고자 하옵니다."

"무릇, 게임의 제작을 하려면 먼저 천하의 캐릭터 디자이너와 결탁하지 않고는 안 되고, 스토리를 쓰려면 먼저 탄탄한 플롯을 짜지 않으면 재밌을 수 없는 법이다. 지금 일본 게임 시장은 천하의 주인이 되어서 다른 나라 미연시는 팔리지 않는 판에, 아오이 나미다만이 먼저 겟츄에 올라서 팔리게 되서 저들이 한국 미연시 게임을 가장 믿는 터이다. 진실로, 다른 게임의 캐릭터 구성을 빌려 사용하는 것을 허용해 줄 것과, 타사의 게임 엔진의 사용을 금하지 말도록 할 것을 간청하면, 저들도 반드시 재밌는 게임을 기대함에 기뻐 승낙할 것이다. 매니아중에 제작팀을 가려 뽑아, 일본 게임의 한글화 작업을 하면서 일본 미연시의 특징을 정탐하는 한편, 저 땅의 오타쿠들과 결탁한다면 한 번 올해의 미연시가 될 만한 게임을 제작할 만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프로그래밍에 적당한 사람을 구하지 못할 경우, 대학에서 컴퓨터를 전공하는 폐인중에 적당한 사람을 천거한다면, 잘 되면 타입-문처럼 정식 제작사가 될 것이오, 못 되어도 코미케에서 동인게임으로 팔아서 본전은 뽑을 수 있을 것이다."

생물체 선생은 힘없이 말했다.

"매니아들이 모두 집에서 게임만을 즐기는데 누가 한글화를 하고 누가 게임 디자인을 하려고 하겠습니까?"

미생은 크게 꾸짖어 말했다.

"소위 미연시 매니아란 것들이 무엇이란 말이냐? 정품도 안 사면서 매니아라고 뽐내다니, 이런 어리석을 데가 있느냐? 집에는 전신 사이즈의 엣치한 쿠션이 없으니, 그것은 부끄러워서 그런 것이고, 벽에는 커다란 브로마이드 한 장, 어머니께 들킬까봐 숨기는 것에 지나지 않는데 대체 무엇을 매니아라고 한단 말인가? 이제 게임 제작을 한다고 하면서, 그 깟 월급을 아끼고, 또 장차 프로그래밍으로 Visual C+를 쓰고 도트 노가다를 하며  게임 제작을 할 판국에 매일 밤늦게 미연시 하는 버릇을 고치지 않고 면식이나 하면서 딴에 매니아라고 한단 말이냐? 내가 세가지를 들어 말하였는데, 너는 한 가지도 행하지 못한다면서 그래도 유명한 네티즌이라고 하겠는가? 잘나가는 운영자라는 게 참으로 이렇단 말이냐? 너같은 자는 아이피를 차단해야 할 것이다."

하고 후이즈로 가서 ip를 검색하려 했다. 생물체 선생은 놀라서 일어나 급히 리플들을 지우고 로그아웃을 한 뒤 회원 탈퇴를 했다.

이튿날, 다시 찾아가 보았더니, "죄송하지만 찾으시는 문서가 없습니다"란 경고성 글만 뜨고, 허생의 홈페이지는 간 곳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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